왜 환승연애인가
"삑! 환승입니다." 서로 다른 대중교통을 옮겨갈 때 나오는 말이다. 사람도 환승이 가능할까?
환승이별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현재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이성과 눈이 맞아 헤어진 후 바로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공공연히 환승이별을 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엄연히 사귀는 상태에서 다른 이성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프로그램 소개글을 보니 환승이별과 조금 결이 다릅니다. 서로 연애를 하고 확실히 이별을 겪은 사이의 남녀가 출연합니다. 총 5쌍의 커플(이었던 남녀)이 출연하여 미묘한 감정의 파도를 겪으며 새로운 사랑 또는 기존의 사랑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칩니다.
전 여자 친구 또는 전 남자 친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여 사랑을 찾지만, 그 사랑은 새로운 사랑일 수도 있고 기존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세세하게 표현합니다. 긴 방송 시간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방송에서는 그들의 감정선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아냅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감정 변화에 따라 같이 울고 웃게 됩니다.
역대 최고의 연애 프로그램인 이유
특히 환승연애 2는 출연자의 스토리가 역대 최고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3개월간 자유롭게 연애하다가 헤어진 태이와 지연, 대학생 시절 풋풋한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원빈과 지수, 똑똑한 데에다가 비주얼도 상당한 현규와 나언, 한시도 싸움을 멈추지 않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꽁냥대는 희두와 나연, 그리고 6년 이상 긴 연애의 마침표를 찍은 규민과 해은입니다. 특히 성해은, 정규민 출연자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정규민이 영상 편집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성해은과 연애할 때 영상을 많이 찍어두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방송에 그들의 연애 과정에 대한 영상이 많이 보였고, 영상 속 규민과 해은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영상 속 해은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밝고 발랄했고, 규민 역시 해은을 아끼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특히 방송 내에서도 둘은 서로 가벼운 장난으로 투닥거리며 귀여운 모습을 자아냈고, 이 모습들에서 왜 그들이 6년 이상 연애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농담 코드가 서로 맞는데 어떻게 헤어질 수가 있을까요.
그러나 환승연애 입소 후 규민은 마음먹은 듯 해은을 얼음처럼 차갑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규민은 마치 모든 미련을 털어버린 듯이 해은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습니다. 반면 해은은 미련 가득한 눈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숙소에서 내내 슬픈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6년을 만난 전연인에게 차갑게 대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규민에게 너무하다는 의견을 많이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규민의 행동이 이해가 갑니다. 특히 제주도에서의 성해은과 마지막 데이트에서 보인 눈물에서 규민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규민은 똑같은 이별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미련이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데이트에서 뒤늦게 느꼈습니다. 규민의 마음속 보이지 않는 한편에 숨어있던 해은을 향한 미련이 어느새 비집고 나와 커져버렸고,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해은에게 많은 상처를 줘버린 것입니다. 뒤늦게 자신의 미련을 알아챈 시점에는 해은은 현규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규민은 그제야 자신이 나서기엔 너무 늦은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규민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선생님으로 바라본 환승연애 2
사실 초등학생들은 환승연애가 기본값입니다. 분명 어제 A와 B가 사귀게 되었다고 선생님에게 말했는데, 다음날 이야기를 들어보면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또 다른 C와 사귀게 되었다고 A가 말합니다. 이게 무슨 동물의 세계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해에는 3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남학생 5명과 순차적으로 연애하는 기괴한 장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생들의 연애는 아주 가볍고 연애다운 연애 같지가 않습니다. 그들에게 연애란 '조금 더 가까운 이성 친구'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저 스마트폰에 저장된 친구 이름에 하트 하나 추가하고 사귄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 그들의 연애입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정말 귀엽습니다. 둘이서 사귄다고 쪼르르 와서 이야기하고 선생님 앞에선 꽁냥대는 모습을 보이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그냥 친구처럼 대하긴 하는데, 멀리서 보면 꽁냥 대는 거 다 티 납니다. 참 흥미롭습니다. 일상이 환승연애인 이 친구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겠습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환승연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환승연애 2 출연자들처럼 절절하고 서로 배려하는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라임씬 리턴즈, 더 강력해진 추리 예능 컴백 (0) | 2024.01.10 |
---|---|
영화 추격자, 제대로 된 추격 스릴러 (0) | 2024.01.10 |
나의 아저씨,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인생 드라마 (1) | 2024.01.08 |
영화 서울의 봄, 이토록 추운 봄이 있었을까 (2) | 2024.01.06 |
운수오진날, 스릴 넘치는 드라마 소개 (0) | 2024.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