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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의 아저씨,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인생 드라마

by 이지김코쌤 2024. 1. 8.

<나의 아저씨> 드라마 제목에 대하여

언젠가 어떤 드라마 하나가 비판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목에 '아저씨'라는 단어가 들어갔는데, 어린 여자와 중년 아저씨의 사랑을 드린 이상한 드라마 아니냐는 소문이었습니다. 커뮤니티를 잘 하지 않는 나의 귀에 들릴 정도로 떠들석한 주제였고 웹 뉴스 기사가 뜰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땐 아 그런가보다 생각만 했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드라마가 인기를 끌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나의 아저씨 드라마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나의 아저씨>를 다시 듣게 된건 2022년입니다. 주변인이 드라마를 핸드폰으로 보면서 광광 눈물을 흘리고 있길래 무엇을 보고있냐고 물어봤습니다. 보고 있었던 건 그 드라마였고 한 동안 그 주변인은 그 드라마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ost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명대사를 흉내내기도 했습니다. 대체 어떤 드라마이길래 이렇게 한동안 빠져있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드라마 내용이 어린 여성과 중년 남성간의 수상한 사랑이야기라고 했습니까. 드라마는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제목에서 말했던 나의 아저씨는 나의 사랑 아저씨가 아니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린 여성은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고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이지안이었으며, 중년 남성은 세상으로부터 갖은 상처를 받고 자신감을 잃어가던 박동훈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나의 아저씨>의 줄거리

박동훈은 삼안이앤씨라는 건설 대기업의 부장입니다. 자신의 대학 후배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런 삼안이앤씨에 이지안이 파견직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이지안은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와 살고 있으며,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사람도 죽여본 적이 있는 21살의 여성입니다. 이지안은 가난과 아픔 때문에 사회성을 기르지 못하고 사람을 못믿게 되었고, 회사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이런 이지안에게 박동훈은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게 대해주고, 이지안은 점차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갑니다. 

 

사실 이지안은 박동훈의 후배인 대표이사의 수주를 받아 회사에서 박동훈을 내보내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박동훈은 매번 이지안의 마음 속 상처를 보듬고, 있는 그대로의 이지안을 응원합니다. 살면서 칭찬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이지안은 박동훈의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고 대표이사의 부탁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결국 대표이사의 부탁을 거절하고 박동훈을 상무이사로 승진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박동훈의 아내가 대표이사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박동훈이 알게 됩니다. 이지안은 자신이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준 박동훈이 이 일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박동훈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가장 힘들 때 도움을 준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지안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과 빈소 준비까지 모든 준비를 도와준 박동훈과 삼형제는 이지안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습니다.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축구 동호회 회원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지안의 표정이 사뭇 밝습니다. 일평생 자신의 편은 할머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일찍 철이 든 이지안은 박동훈과 삼형제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렇게 박동훈은 상무이사가 되었고 이지안은 회사를 떠납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식사와 술을 마시고 작별 인사를 한 뒤 서로가 없었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나중에 만나면 밝게 인사하자는 약속과 함께 돌아선 두 사람은 훗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이지안은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여 친한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박동훈은 회사에서 나와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그동안의 안부를 묻습니다. 이를 지, 평안할 안. 평안함에 이르렀는지 물어보는 박동훈의 말은 여전히 이지안을 아끼고 응원하는 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선생님이 바라보는 <나의 아저씨>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지안같은 아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보통 가정 내외 힘든 일들로 인해 어두운 표정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입니다. 가정 내 힘든 일들은 이유가 다양합니다. 부모님의 다툼 또는 이혼, 부모님과의 마찰 및 갈등, 친구들과의 마찰 등 갖은 이유들로 힘들게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보통 이 아이들은 이지안처럼 사회성이 모자라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사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피해로 인해 또 교사 또는 부모님과 계속 마찰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되며 결국 아이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져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일찍 철이 들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행동들을 합니다. 보통 유치원생일 때에는 어리광을 부리거나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고 떼를 쓰는 모습이 나타나며, 초등학생일 때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활발히 만들어내며 사회적인 모습을 발전시킵니다. 하지만 상처를 받아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은 다르게 행동합니다. 마치 어른처럼. 마냥 밝아야하는 유치원 학생이 전혀 유치원생 답지 않은 표정과 발언을 한다거나, 친구들과 잘 지내야하는 초등학생이 혼자 지내며 세상의 모든 자극을 막아버리기 위해 입을 닫는 모습을 보이거나 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다울 때 가장 보기 좋고 예쁩니다. 마치 세상의 온갖 힘든 자극을 겪은 어른들처럼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회피해버리는 아이들을 보다보면 가끔 눈물이 납니다. 선생님들도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다보니 아이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정에서는 보통 아이들을 케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즉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일찍 철이 든 채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아이들에겐 박동훈 같은 <아저씨>가 필요해 보입니다. 박동훈은 이지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내면의 아픔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위로하고 응원합니다. 이지안도 어려운 과거를 거치며 모든 마음을 닫아버렸지만 박동훈을 만나고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문을 열게 된 힘은 박동훈의 무력이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였습니다.

 

상처를 받은 학생들에게도 박동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교실의 많은 아이들을 모두 케어하기 힘들지만, 이지안같은 학생에게 박동훈같은 단단하고 "어른"스러운 선생님의 한 마디는 아이들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슬로건은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입니다. 이지안이 박동훈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여전히 마음의 문을 닫은 이지안은 그렇게 또 같은 하루를 살아갔을 것입니다. 상처가 많은 이지안들에게 박동훈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