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경기시간의 아쉬움
새벽 1시 킥오프는 시청자 입장에서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풀타임 경기가 진행된다면 3시 종료, 연장전이나 승부차기를 진행한다면 새벽 4시에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날의 일정과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다음 날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등교해야 하는 경우 지치거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기를 꼭 봐야하는 이유는 축구 팬으로서는 이번 아시안컵의 모든 경기가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더욱이 한국의 경기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두 팀 모두 1번 시드를 배정받은 강팀이고 1번 시드간의 16강 경기는 이번 경기가 처음입니다. 대한민국이 조 2위를 하며 경기 시간이 새벽으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때문에 대형 영화관에서는 황금 시간대 영화관 단체 응원을 준비했지만 새벽 시간으로 강제로 시간 변경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정한 축구 팬분들은 영화관에서 응원 후 바로 출근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쓰리백
대한민국 대표팀이 오랜만에 쓰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쓰리백은 김민재, 김영권, 정승현으로 구성했습니다. 쓰리백 전술은 세 명의 수비수로 후방 라인을 구성하고 양 옆에 각각 한 명의 측면 수비수를 배치합니다. 측면 수비수는 김태환과 설영우가 배치되었고 이 두 선수는 수비 상황에서는 5명의 수비수가 된 것처럼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 상황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전략은 높은 방어력을 확보하고 중앙에 배치된 선수들을 강화하여 상대의 공격을 어렵게 만듭니다.
반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활용했던 포백 전술은 중앙 수비수 2명에 측면 수비수 2명, 총 4명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하는 전술입니다. 쓰리백 전술보다는 보다 공격 참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김태환과 설영우는 사이드백으로서 공격을 지원하고 넓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백 상태에서는 상대방을 높은 라인으로 압박하고 중앙을 보다 열린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 쓰리백을 선택한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모두 실점한 만큼 더 견고한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전
좌측의 정우영과 설영우 라인의 호흡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강인과 손흥민이 각각 우측과 중앙에서 공격을 수행하기 때문에 수비수들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좌측의 정우영이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하길 기대하였으나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설영우의 오버래핑은 밋밋했고 정우영의 움직임은 다소 둔탁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황인범과 이재성이 볼 배급을 담당했습니다. 이재성은 많은 활동량으로 운동장의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커버해주었고, 황인범 역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중원에 힘을 보탰습니다. 다만 사우디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두었기 때문에 수적 열세가 있었고,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전술에서 두 선수의 움직임이 다소 버겁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탐색전 위주로 진행되었던 전반전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에게 몇 차례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들어왔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별리그 경기 때보다 유효 슈팅은 잘 나왔다고 보여집니다. 공격 실패에 따른 사우디의 역습 상황에 자주 나왔지만 쓰리백 전술 하에서 적절히 막아주는 움직임들이 좋았고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촘촘하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전과 연장전
후반에 사우디의 교체카드가 적중했습니다. 사우디의 공격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트래핑이 공격수에게 흘러가면서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김민재가 역동작에 걸려 반응이 조금 늦은 점이 아쉬웠지만 어느 누구도 그 쪽으로 공이 튈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민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후 사우디는 계속해서 건강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추가시간 제도가 충분히 주어지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푹신한 잔디 침대축구를 바라보는 마음은 여전히 불편한건 사실입니다. 선수들은 점차 조급해졌고 패스는 부정확했으며 이해할 수 없는 터치로 공격권을 내주는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 박용우, 조규성을 교체 투입하면서 쓰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 변화를 가져갑니다. 손흥민과 조규성을 투톱으로 기용하면서 공격력 강화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의 촘촘한 밀집 수비에 빈번히 가로막혔고 일찌감치 사우디는 라인을 내려 수비를 강화하면서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빠른 밀집 수비로의 전환은 대한민국에게 많은 기회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계속 두드리던 대한민국은 추가시간 9분에 김태환이 우측에서 왼발 크로스를 올리고 설영우가 헤딩으로 조규성에게 내준 볼을 조규성이 헤더 마무리하면서 극적인 1대 1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 동안 마음고생을 씻어냈던 조규성의 득점.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골을 만들어내면서 시청자들의 환희는 배가 되었습니다.
연장전도 후반전의 양상과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이미 많이 지친 사우디 선수들은 제대로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고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사우디 키퍼는 신들린 선방으로 골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르게 되었습니다.
승부차기
조현우 키퍼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PK 선방 능력을 보여준바 있습니다. 이젠 키퍼와 키커를 믿어야 합니다. 주장 손흥민은 우리나라 응원단의 피켓이 걸려 있는 골대를 선택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었고, 선축은 사우디가 하게 되었습니다.
사우디와 대한민국의 1번, 2번 키커는 모두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1번 키커로 등장해 강력한 슛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습니다. 2번 키커는 김영권이었고 침착한 왼발 슛으로 골문 오른쪽 하단을 정확하게 노려 득점을 만들었습니다. 사우디의 3번 키커의 슛을 조현우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냅니다. 모두가 열광하는 차에 공을 들고 골대로 다가가는 조규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규성의 슛이 시원하게 골문 우측을 가릅니다. 대한민국이 기선을 제압한 상황. 사우디의 4번 키커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였고, 역시나 조현우의 선방에 걸립니다. 4번 키커 황희찬이 PK를 성공한다면 경기 종료. 황희찬은 강한 슛으로 골대 우측 상단에 공을 꽂아넣으며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확정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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